지난 1월 25일부터 27일까지
지인 7명과 강원도 오대산 등반에 나섰습니다.
진고개에서 노인봉 가는 길은 
아무도 밟지 않은 숫눈길이어서
러셀 전문가가 앞서 길을 개척했습니다.
길 위에 길을 만들었습니다.
누군가 걸어서 길이 된다는 일이
얼마나 장엄한 광경인지 실감한 날이었지요.
칼바람이 불었습니다.
체감 온도는 영하 30도를 육박했고,
두꺼운 장갑에 손과 발을 꼼지락거려도 시리기만 했습니다.
겨울 산은
적당한 온기와 햇살을 품고 있습니다.
푹신한 눈길과 밤 하늘의 별들
구름, 해, 달 그리고
좋은 사람들을 묶어
우리는 자연이라고 말하나 봅니다.
살면서
언제 한 번 스스로 그러해 보았는지 반성합니다.
지나고 보면 별 일 아닌 것들에
집착하고 연연하고 아집과 독선에 빠져 허우적 댄 일을 참회합니다.
겨울 오대산의 칼바람을 맞으며
지상 최고의 장엄한 광경은
고통과 싸우는 사람의 모습이라던
체 게바라를 떠올리며
내가 걷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습니다.

- 5회 박병춘